| 무기 유형 | 양손검 |
| 레어도 | ★★★★ |
"...너희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안다. 이 늙은 필라인은 피도 눈물도 없나, 고작 훈련 두 달 받은 햇병아리들을 아겔로스 소굴로 밀어 넣다니 제정신인가 싶겠지! 하지만 이건 명령이다! 너희 입에서 나올 말은 '알겠습니다' 딱 한마디뿐이다! 알겠나?!"
"꼭 내 입 아프게 두 번 말해야 알아듣나? 난 너희 교관이자, 너희를 강철로 벼려낼 '대장장이'다. 내 임무는 딱 하나, 아겔로스와의 실전은 소꿉장난이 아니란 걸 너희 머리통에 하루라도 빨리 박아 넣는 거야! 지금은 날 죽도록 미워해도 상관없다. 머지않아... 결국엔 나에게 감사하게 될 테니까..."
"컷!"
정신을 차리고 보니, 또 같은 대사에서 말문이 막힌 뒤였습니다.
로드 감독이 씩씩거리며 달려오더니 제 코앞에 삿대질을 해댔죠.
"허드슨 씨! 자네 입은 버든비스트한테 짓밟히기라도 했나? 이 간단한 대사 하나 제대로 못 쳐? 벌써 세 번째야, 세 번째! 다음에도 이러면 당장 내 세트장에서 꺼져버려!"
......
대기실로 돌아오자, 매니저 대니크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인상을 팍 구기며 쏘아붙였습니다.
"루카스, 대체 무슨 생각이야? 명문 뉴 랭크우드 연극 학교 우등생 실력이 고작 이 정도는 아니잖아!"
전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메모로 빼곡한 대본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곤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이름, '가이 크릴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죠. 제가 맡은 철의 서약군 장교 역이었습니다.
"가이 크릴러. 고결한 성품을 지닌 철의 서약군 군인의 표본이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어땠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신병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상부의 불합리한 명령엔 정면으로 맞서던... 그런 온화한 교관이었다고."
"그런데 이 대본에선 어때? 오만하고 냉혹하기 짝이 없어. 신병들을 무슨 쓰다 버릴 소모품 취급하질 않나, 성적 좀 안 나온다고 벌레 보듯 경멸하고 있잖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대니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제 말엔 쥐뿔도 관심 없다는 듯 굴더군요.
전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한때 "난 네 1호 팬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그였기에, 제 생각을 진지하게 전하려 애썼습니다.
"내 말은, 이번 캐릭터 설정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거야. <강철의 부대> 시리즈가 벌써 3편째야. 그런데 핵심 조연을 이렇게 개연성 없이 망가뜨리면 안 되지. 게다가 철의 서약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캐릭터인데, 우리가 이걸..."
"그놈의 예술가 타령 좀 집어치울 수 없어? 루카스, 아직도 학교 다니는 줄 알아?"
대니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끊었습니다. 익숙했지만, 설마 그에게서 보게 될 줄은 몰랐던 비꼬는 표정이었습니다.
"똑바로 좀 봐! 여긴 네 선생님의 연기 수업 시간이 아니야!
무슨 캐릭터 설정이니, 대본 퀄리티니... 그런 건 감독, 작가, 제작자들이 알아서 머리 싸매고 고민할 일이지,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고!"
"그리고 뭐? '철의 서약군 이미지'? 웃기지 마. 이 시리즈 뜨고 나서 철의 서약군 지원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알아? 거기 사람들은 아무 말 없던데 왜 네가 난리야?"
대니크는 쐐기를 박듯 차갑게 내뱉었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뉴 랭크우드 바닥에 자기 주제도 모르는 배우가 설 자린 없으니까.
알았으면 얼른 가서 아까 그 씬이나 마무리해!"
전 대니크를 바라보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녀석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는 걸요.
그렇습니다. 전 갓 데뷔한 신인 배우일 뿐이고, 제겐 아무런 결정권도 없었으니까요. 제가 가본 가장 먼 도시도 공단의 트리글라바뿐. 소위 '철의 서약군'이란 것도 스크린이나 포스터 속에서나 봤을 뿐입니다.
이 군복만 벗어 던지면 아겔로스든, 북방 요새든, 철의 서약군 정신이든... 저랑은 아무 상관 없는 남의 일일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퇴역 군인의 감수까지 거쳐 실제와 똑같은 원단으로 만들었다는 이 장교복. 그리고 그 가슴에 붙은, '원정'을 상징하는 저 선명한 휘장. 전 묵묵히 그것들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주체할 수 없이 뜨거운 무언가가 천천히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습니다.
전 고개를 들어, 저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매니저가 될 그를 조용히 응시했습니다.
"미안해, 대니크. 네 말이 맞아."
"이곳엔 더 이상 내가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네."
"그러니, 나는 이곳에 어울리는 '가이 크릴러'가 될 수 없어."
"...잘 있어."
그렇게 전 매니저와 계약 해지서, 그리고 위약금까지 몽땅 휴게실에 남겨둔 채 홀로 촬영장을 빠져나왔습니다.
......
보름 뒤. 주변 정리를 마친 전 짐을 챙겨 뉴 랭크우드 최대의 장거리 운송 터미널로 향했고, 망설임 없이 북쪽으로 가는 표를 끊었습니다.
...그 뒤로 어떻게 됐냐고요?
이곳으로 와서 입대 신청서를 썼고, 지옥 같은 테스트와 훈련을 거쳐...
지금, 이렇게 상관님 앞에 서게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