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 유형 | 권총 |
| 레어도 | ★★★★★★ |
"월병 만들자." 내가 툭 내뱉었다.
이슨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뒤에 있던 볼코프가 술병을 쿵 내려놓더니 허벅지를 찰싹 때리며 맞장구를 쳤다. "월병! 친구들! 월병 만들자!"
이슨은 손을 휘휘 저어 코앞의 술 냄새를 쫓으려다,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는 포기해 버렸다. 그는 볼코프에게 대체 월병이 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 작자가 정말 취한 게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볼코프는 "빵이지 뭐, 우리 우르수스 공단에도 빵은 있다고." 같은 주정 섞인 헛소리만 더듬더듬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자 이슨은 다시 나를 바라봤다.
"난 그냥..."
"좋아."
내가 '농담'이라는 두 글자를 입 밖에 내기도 전에, 이슨이 먼저 찬성했다. 녀석은 염국의 역사와 풍습을 나보다 더 훤히 꿰고 있는 사람이다. 중추절까지 아직 한 달 반이나 남았고, "월병을 만들자"라는 말이 내 즉흥적인 헛소리였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나는 알 것 같았다. 마치 컬럼비아의 진지함을 죄다 한 몸에 짊어진 듯한 이 남자가, 왜 우리 장단에 맞춰 미친 척을 해주는지.
아겔로스 전쟁이 끝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승전보가 전선에서 우리 통신 초소로 날아들었다. 관리자와 40명의 영웅이 오로라 실드를 뚫고 들어가 적을 끝장냈고, 인류는 마침내 아겔로스 전쟁에서 해방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우리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머리 위를 스치는 앵커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고, 초소를 덮치던 아겔로스도 씨가 마른 듯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전쟁이 정말 끝났을지도 모른다는 실감이 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쟁은 우리 마음속에서 그렇게 쉽게 사라져 주지 않았다.
우리 셋은 평화로운 삶에 적응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잘려 나간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볼코프는 몰래 부동액을 들이키고, 이슨은 일기를 썼다. 하지만 나는 그 일기장을 훔쳐본 적이 있다. 죽음, 전우, 고향... 문장조차 되지 못한 단어들만 종이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단어들이 내게 상처를 입혔다. 수많은 해가 흘러, 풋내기 소년이던 나는 이제 중년이 되었고, 운 좋게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대가를 치렀고, 무엇을 잊어버린 걸까? 나는 상촉 옛집의 돌계단을 떠올려 보려 했고, 중추절에 조부모님이 월병을 빚던 순서를, 내 눈앞에서 처음 죽어간 전우의 얼굴을 떠올려 보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이미 흐릿하기만 했다.
문득, "월병을 만들자"는 생각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탈로스 II에는 달이 없다. 사람들이 '달'이라 부르는 건 탈로스 I이다. 설령 천사부 동료들이 만년력을 펼쳐 염국의 절기를 통째로 탈로스 II에 옮겨 심는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달은 가짜이고, 24절기 또한 이곳의 기후와 맞지 않는다.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다. 우린 이미 갈 곳 잃은 객귀 신세니까.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탈로스 II 그 자체였다. 수없이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새로운 괴물이 바다에서 기어 나오고, 새로운 괴물이 별하늘에서 쏟아진다. 우리의 투지와 기개는 남쪽으로 철수하던 행군 길에서 이미 짓이겨져 가루가 되었다.
"월병 만들자." 그런데도 나는 고집을 부렸다.
이슨은 박력분으로 반죽을 빚었고, 나는 에너지 바를 으깨고 초콜릿을 섞어 소를 만들었다. 볼코프는... 오리지늄 아츠로 물을 얼려, 간신히 틀 비슷한 걸 깎아냈다. 두 시간 뒤, 우리는 둘러앉아 약간의 단맛과 온기만이 느껴지는 갈색 반죽을, 턱이 아플 정도로 힘겹게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볼코프는 "이게 정통 월병 맛이로군."이라며 감탄했고,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에 담기 힘든 말을 꾹 눌러 삼켰다. 또 두 시간이 지나 눈을 떠보니, 나는 눈밭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부동액은 확실히, 아무나 넙죽넙죽 마실 물건이 아니었다. '달'이 시야로 쏟아졌다. 문득, 창백한 탈로스 I이 테라의 달보다 조금 더 밝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고향의 달에 대한 기억은 이미 몹시 흐릿했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나? 부동액 속 알코올이 내게 속삭였다. 그래, 나는 대답했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달을 얻었다고. 낯선 땅에서, 인류는 두 발을 굳게 디뎠다고.
그제야, 나는 전쟁이 정말로 떠나가는 걸 느꼈다. 이 행성은 여전히 두려운 곳이지만, 내 안에서는 아주 작은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나는 초소로 돌아가, 볼코프와 이슨이 막 들어온 정보들을 나누는 소리를 들었다. 유랑자 캠프의 소규모 충돌, 그리고 다른 초소들에서도 조용히 명절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는 소식... 전쟁은 떠났고, 수수께끼 투성이인 거대한 탈로스 II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부터는 미래를 다시 세우는 시대다. 인류는 다시 한 번 희망을 손에 넣었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 치욕의 전쟁 발발 전야, 어느 천사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