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 유형 | 권총 |
| 레어도 | ★★★★★★ |
마지막으로 '아겔로스'를 마주한 건 백 일 전이었다. 2월, 우리는 마지막 소탕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앵커가 추락했을지도 모르는 의심스러운 구덩이를 점검하던 참이었다. 우리가 막 구덩이 가장자리에 도착했을 때, 그 아겔로스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대열 후방에 나타났다. 첫 희생자는 유 선생이었다. 놈이 유 선생의 천사의를 베어버리며 날카로운 굉음을 낼 때까지, 그의 경보기는 침묵했다. 그제야 우리는 죽음이 코앞에 닥쳤음을 알았다. 토빈은 반응이 빨랐다. 그는 즉시 놈의 복부에 사격을 가했다. 놈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칼날 같은 꼬리를 휘둘렀다. 토빈과 카친스키는 피하지 못했지만, 대신 내 앞을 막아 그 공격을 받아냈다. 그 덕에 나는 마지막 남은 총알을 놈의 몸뚱어리에 박아 넣을 수 있었다. 아겔로스는 고통스러운 듯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놈들은 감각이 없고,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고들 한다. 참 불공평한 일이다.
그 이후로 나는 더는 아겔로스를 보지 못했다.
전쟁은 끝났다.
서훈식은 북쪽 근거지에서 열렸다. 탁월한 전공을 세운 전사들을 집단으로 표창하는 자리였다. 나는 158초소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수훈 대열 한가운데를 걸었다. 내 앞뒤에는 나와 같은 노병들이 있었다. 이제는 개나 소나 전쟁 영웅이라 불리는 판국에, 다들 의식을 위해 빳빳한 새 제복을 걸치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새 제복을 입었던 때를 떠올렸다. 탈로스 II에 처음 왔을 때였다. 개척 지역 지방 위원회가 블랙홀 프로토콜의 정신을 관철한다며 마련한 첫 합동 결혼식. 신랑 신부만 52쌍이었다. 염국에서, 우르수스에서, 빅토리아에서... 모두들 낯선 세계에서 연을 맺었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의 나는 젊었고, 문 하나를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평생의 용기를 다 써버린 상태였다. 유 선생도 그때는 젊었다. 갓 천사가 되어 의기양양했지. 그는 내 손을 잡고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앞에 어떤 험난함이 있든, 함께 넘어가자고. 이 행성은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거라고... 그게 벌써 15년 전이었다.
지금 나는, 주 시상대까지 이어지는 긴 통로를 홀로 걷는다. 회장 쪽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는 뜨겁지만, 어딘가 아득하게만 들린다. 나는 수훈을 기다리는 사람 수를 세어 보았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전쟁은 끝났다.
전쟁의 대가는 상상보다 훨씬 참혹했다. 북쪽에서 흘러든 유랑자 행렬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끊기지 않았고, "우리가 이전에 세웠던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었다"는 소식만을 날랐다. 유랑자들은 모든 수용 구역을 가득 메웠다. 10여 년 전 한창 번성하던 공업 시설은 이제 허름한 흰색 임시 수용 주택으로 변해 있었다. 곧, 폭동 소식이 들려왔다. 2호 개발구에서 작업자와 기업의 병사들이 충돌했고, 양측은 전면전 선포 직전까지 갔다. 전운이 감돌자 천사부 내부의 신경도 곤두섰다. 어떤 천사들은 서로를 '프로토콜파', '안티 프로토콜파'로 갈라 부르기 시작했다. 마치 갈등과 대립을 우리 곁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처럼. 유 선생의 동창인 원 천사는 여러 차례 천사부에 청원을 올려, 내부에서 날로 커지는 대립 정서를 공개적으로 해결하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중립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는다"는 허울 좋은 핑계로 묵살당했다. 누군가는 궤도에 있는 제강호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엔드필드 공업조차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홍산 1번 질량 가속기가 습격당했다. 그제야 중립이라는 위선의 가면은, 동료들 사이에 이미 오래전부터 벌어진 틈을 더는 가리지 못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전문 농업인들이 어떻게 했는지 홍산 1번 에너지 공급 시설로 침입했지만, 곧 천사들에게 제압당했다. 그들은 갇힌 채로 목청껏 따졌다. "왜 스타게이트를 고치지 않지? 왜 이 가속기로 우리를 집에 보내주지 않는 거야?" 천사들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을 독방에 처넣었을 뿐.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는 열 살도 채 안 된 필라인 아이가 하나 있었다. 아이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우리는 왜 집에 가야 해요? 우리 집은 여기 아니에요?" 아버지는 딸아이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 아이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거대한 '유랑자 캠프'가 네 집이라고? 애초에 왜 테라를 떠났는지, 왜 이 행성에 발을 들였는지? 우리 자신도 거의 잊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 쌓아 올린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렸다.
전쟁은 끝났다.
정오 무렵,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작은 소란이 순찰 중인 천사들의 시선을 끌었다. 우리는 숨어 있던 차량에서 나와 경계선을 넘었다. 홍산을 빠져나가는 마지막 관문에 젊은 천사가 홀로 경비를 서고 있었다. 녀석의 시선이 우리와 마주쳤다. 나는 총알을 약실로 밀어 넣었지만, 녀석의 경보기는 울리지 않았고 아츠 유닛을 들어 올리지도 않았다.
"저는 원 천사님의 제자입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놀라 멈칫한 사이, 그가 말했다.
"그럼 원 천사는?"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떠나는 일은 나눠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사부님은 이미 여러분보다 한발 앞서 떠나셨습니다. 새 보금자리를 찾겠다고 하신 이상, 결코 여러분을 저버리지 않으실 겁니다."
그는 그러면서, 푸른 대나무에 새긴 패 한 장을 내 손에 쥐여 주었다. 대나무 패에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청파.
"성 밖으로 나가 산중에 이르면, 그분이 직접 와서 맞이해 줄 겁니다."
전쟁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