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 유형 | 한손검 |
| 레어도 | ★★★★★★ |
"그래서, 내 어린 제자... 자네가 죽인 게 맞나? 어째서지?"
"오... 아아... 그 어린 제자분 말이군요. 휴, 사실 다 오해입니다. 그게... 주로... 그 친구가 저희 지하 투기장에 와서 10연승을 해버렸잖아요. 저희가 주최한 시합을 발판 삼아 유명해지려고 했던 거죠. 저희도 골드티켓은 벌어야 하니까... 그래서 몇 사람을 보내서... 아, 물론 제가 보낸 건 아니고요... 그냥 좀 타일러 보라고 몇 명 보낸 건데, 그게 참,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니까요..."
"틀렸어."
"뭐... 뭐가 말입니까?"
"일이 커질 줄 몰랐던 게 아니야. 내가 너희 코앞까지 쳐들어올 줄 몰랐던 거겠지... 그리고 그렇게 비굴한 척 연기할 필요 없다. 역겨우니까."
"어르신, 이러시면 좀 재미없는데요."
"재미가 없다? 그럼 내가 아스팔트 라운드어바웃의 역사나 한번 들려주지."
"경청하죠."
"처음엔 아무도 아스팔트 라운드어바웃이 지금처럼 변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도로 공사 작업자들이 숙소로 쓰던 곳이었는데, 나중엔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들이 가족을 데려와 살기 시작했어. 도로에 화물 운송이 더해지니 자연스레 교통의 요지가 됐고, 온갖 인간들이 모여들었지. 지하 투기장이나 각종 시합도 그때 생겨난 거야. 여기선 온갖 무기나 장비는 물론이고 명품도 꽤나 구할 수 있었어. 가장 번성했을 때는 무력, 욕망, 돈... 이 아스팔트 라운드어바웃엔 없는 게 없었지. 물론,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도 있었고."
"나도 그땐 도로 작업자 중 하나였어. 작은 거주지가 조금씩 커져서 한때는 자유 도시 규모까지 가는 걸 보며 정말 기뻤지. 짓다 만 탈로스 성보다 아스팔트 라운드어바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어. 가끔은 나처럼 '집단의 명예' 따위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연맹 공단으로 전근 신청을 하는 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고민하기도 했지. 이해가 가나?"
"이해 갑니다."
"아니, 젊은이. 자네 꼴을 보게. 자네는 명예를 이해할 위인이 못 돼. 자네가 아는 건 고작 '체면' 뿐이지. 하지만 자네 탓은 아니야. 지금 여기엔 자네랑 똑같은 놈들이 널렸으니까... 반면인이니, 토마시노 씨니 하는 작자들 말이야... 우리가 도로 공사를 멈추고 여기가 더 이상 교통 건설의 요지가 아니게 되자 많은 사람이 떠났어. 하지만 그 뒤에 몰려온 놈들은 하나같이 자네 같았지. 거리낄 것 없이 선을 넘고, 멀쩡하던 아스팔트 라운드어바웃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어..."
"그 점은 확실히 궁금하군요, 어르신. 제가 형제들을 데리고 아스팔트 라운드어바웃에서 살아남기로 결심했을 때, 이곳에 대해 아주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미에슈코 공업에서 정식으로 영업 허가를 따내는 것부터, 각 파벌에 미리 인사를 돌리는 것까지.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절차를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자부합니다. 전 진심으로 양지로 나오고 싶었고, 확실하게 규칙대로 일 처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왜 어르신 말씀만 들어보면, 그 철없는 제자가 아니라 제가 규칙을 어긴 사람처럼 들리는 거죠?"
"규칙이 뭐냐고? 규칙은 딱 하나다. 남을 인간으로 대하고, 자신 또한 인간으로 여기는 것... 단지 그뿐인데, 너희 놈들은 죽었다 깨나도 그걸 못 하는군."
"그건 또 처음 듣는 소리네요. 어르신이 지어낸 규칙입니까?"
"내가 평생 피와 땀으로 지켜온 규칙이다."
"그렇군요, 그렇군요. 이제 알겠습니다. 어르신은 그런 '복면 영웅' 부류시군요... 하하, 동화책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어릴 땐 어르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100년만 일찍 태어났으면 제1차 아겔로스 전쟁을 끝낸 영웅 중 한 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도 했었죠. 하지만 어르신, 참 딱하십니다. 그건 현실이 아니잖아요. 지금은 영웅의 시대가 아닙니다. 명성을 떨치려면 다른 방법을 써야죠."
"나 같은 늙은이나, 너 같은 쓰레기나... 감히 영웅이란 말을 입에 올릴 계제가 된다고 보나?"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어르신, 그럼 우리 검으로 대화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