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 유형 | 한손검 |
| 레어도 | ★★★★★★ |
우물 같다...
그는 전망대 난간에 팔꿈치를 걸치고, 바다 멀리로 날아가던 열두 번째 빈 술병의 궤적을 눈으로 쫓았다. 그리고 거대한 '링'을 보았다. 어떤 시설이고 그의 직장이기도 했다. 이렇게 높고, 이렇게 멀리서 내려다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대체 무엇을 하는 물건일까? 해저 대피소 같은 건가? 아니면 발사 같은 얘기도 들은 것 같고...
그는 쓸데없는 추측을 늘어놓다가 곧 스스로를 다잡았다. 저 시설이 왜 존재하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 아마 몇 달만 일찍이었더라면, 자기 팀이 전멸하기 전이라면, 자신이 눈을 하나 잃기 전이라면, 선발 인원에 들어가, 그 시설의 더 깊은 비밀에 닿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인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열정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모든 건 이미 전우들의 유골 아래 함께 묻혔다.
이제 그는 그저 평범한 갑판 청소부일 뿐... 어디 소속이더라? 가슴에 걸린 사원증을 내려다본다... 아, 엔드필드 공업. 됐다, 어디든 다 거기서 거기... 엔드필드 공업이든, 공단이든, 상업연합회든, 홍산 과학원이든... 이곳엔 별별 사람이 다 모인 곳이니까.
이처럼 주요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각 세력의 거물들은 여전히 무언가 거대한 계획을 이어가고 있었다.
무슨 소용이람... 전선은 줄줄이 무너지고, 인류의 터전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 대체 뭘로 이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거지?
그만 생각하자... 괜히 머리만 아프지.
이미 아무렇게나 대충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렇게 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귀엔 여전히 사람들의 말이 스며들었다. 군인 집안의 외아들, 한때의 영재, 타락을 자초한 남자. 전장에서 가장 멀리 물러나, 갑판 청소부로 전락한 자.
그는 그런 말들이 아직도 자신을 찌른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 오늘 이곳까지 와서 스스로를 달래보려 했던 것이다. 물론, 그 ‘달래기’란 결국 끝없는 술로 자신을 적시는 일이었다.
열세 번째 빈 병이 바다로 떨어졌다.
그래서, 왜일까?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게 있나? 훈장? 전부 버렸다. 무기? 어디 묻어 뒀더라? 아... 맞다, 그거. 하, 참... 눈앞에 두고도 못 본 체했네.
그는 안대를 풀었다. 아무리 덮어도 따뜻해지지 않던 것을 눈구멍에서 꺼낸다. 금과 오리고 크러스트로 만든 의안이 손바닥에서 그를 응시했다. 대대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 속, 그것은 왕들의 하사한 황금으로 주조된 것이었다... 그의 조상은 사황 결전의 전장에서, 가울의 멸망을 직접 보았다... 돈 많은 상인도, 테라를 떠도는 여행자도... 그 의안은 대대로 이어받아 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은 이 패배자의 손에 와 있었다.
황금 실로 엮인 홍채 너머로 가문의 영광이 그를 꿰뚫는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그는 주먹을 꼭 쥐어, 끝없이 이어지는 역사를 손으로 가리더니, 망설임 없이 그 의안을 바다로 던졌다.
좋아, 이걸로 깔끔하게 해결됐어.
그는 딸꾹질을 하며 먼 링을 바라본다. 정말 우물처럼 보였다. 테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작은 마을에서 보았던 소원의 우물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금화와 은화를 우물에 던지며 소원을 빈다. 더 귀한 것을 던질수록, 더 큰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하, 참 어리석지.
만약 그 말이 진짜라면, 방금 '우물'에 던져 버린 그것은, 어떤 소원을 이루어 줄까?
대국의 붕괴와 문명의 변천을 직접 보아 온 보물. 살육과 탄생, 파괴와 지속을 함께 본 보물. 그런 것이 '우물'에 흡수된다면 대체 무엇이 되어 돌아올까?
됐다, 그만 이제 자야지.
그는 손을 들어 열네 번째 술병을 허공에 던졌다. 그리고, 병이 하늘에 멈춰 섰다.
소원의 우물이 답례를 보냈다.
모든 것이 정지했다. 그리고 거대한 클러스터가 나타났다.
하늘이 열렸고, 오리지늄의 길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구름 뒤에 매우 많은 커다란 형상들이 숨었다. 거대한 스타게이트가 그들 뒤에서 빛났다.
왜죠? 왕들이여, 왜입니까?
제가 그대들의 하사품을 내던졌기 때문입니까? 제가 가문의 역사, 혈통, 영광을 버렸기 때문입니까?
전사한 전우들이 오리지늄의 길 위에서 돋아났다. 마르고 마른 손 발과 부서진 무기를 뻗어, 그를 붙잡아 두려 했다.
그래서 그는 장창을 뽑아 들었다.
시신 하나를 꿰뚫을 때마다, 그의 몸에 많은 글자가 떠올랐다. 글자는 무거웠다. 내려다보니 그것은 하나하나의 이름이었다.
아버지의 이름, 할아버지의 이름, 파샤의 이름, 교종의 이름, 심판관의 이름, 개척자의 이름, 광부의 이름...
그는 죽은 자들의 강을 거슬러 올라, 사서 속에만 있던 그림자들까지 지나쳤다.
왕들은 자신의 이름을 그의 창끝에 남겼다.
그래서 그는 부러진 창을 높이 들어, 그 거대한 문짝을 찔렀고, 굉음과 함께 깨어났다.
먼 링 위에서, 바다가 열렸다. 날카로운 창... 모든 세력, 모든 이의 절망과 희망, 갈망과 상처로 주조된, 우물안의 거물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년 ██월 ██일, 제강호 발사 성공.